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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 직행 선구자 류현진과 코이너리거 박찬호 야구

한국인 메이저리거 1호 박찬호는 분명 대한민국 최고의 특급투수였다. 박찬호가 거둔 MLB 124승은 나름 대단한 업적이며 특히 스테로이드 타자들이 정점이던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을 전성기로 뛰면서 뚜렷한 족적을 남기기도 했다.


박찬호 전성기 (1997~2001)

5년간 169경기 165선발 1067.0이닝 75승 49패 3.79

평균 33선발 213이닝 15승 10패 3.79 193탈삼진 96볼넷


한국 역대 최고 투수를 논할 때 박찬호가 1위에 뽑히는 건 이상한 일이 아니다.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였고 성공을 거둔 투수였음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


그러나 박찬호를 한국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로를 개척한 선구자라고 보기에는 다소 문제가 있다. 유망주들의 대거 이탈을 초래하여 KBO에 끼친 간접적인 악영향도 뚜렷하기 때문이다. 언론을 통해서도 박찬호는 이미 메이저리그 진출 개척자로 알려져 있고 박찬호 본인도 선구자 행세를 하고 있지만 이는 문제라고 생각한다.


박찬호가 개척한 코이너리거 루트와 류현진이 개척한 메이저리그 직행 루트를 비교해보고 양쪽의 장점과 류현진의 가치를 재평가해보도록 하자.




1. 박찬호의 코이너리거 루트


94년 박찬호의 계약 이후부터 메이저리그는 한국의 유망주들에게도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 결과 조진호, 김선우, 서재응, 봉중근, 김병현, 최희섭 등 많은 한국인 대학생(중퇴 포함) 유망주들이 미국으로 건너가게 되었다. 00년대 들어서는 추신수, 류제국, 남윤성, 이학주, 박효준, 최지만 등 고졸 코이너리거들의 러쉬도 이루어졌다. 이들 대부분은 나이가 어렸던 관계로 마이너리그에서 경험을 쌓아야 했고 MLB에서 살아남은 선수들은 굉장히 적은 편이다. 대부분이 허송세월하다 국내로 복귀하곤 한다. 이들처럼 성인야구 경험이 없는 아마추어 자격으로 미국에 진출하는 케이스를 일명 코이너리거 계보라 칭한다(mogilny님이 만든 코리안 + 마이너리거의 합성어).


박찬호 덕분에 한국 선수들에 대한 관심과 수요가 늘어난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박찬호가 대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한국야구의 위상이 올라갔고 한국의 유망주들이 국내 무대가 아닌 미국 무대로 진출하는 길이 트이게 된 것이다.


그러나 한국야구 전체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봤을 때 박찬호가 개척한 코이너리거 루트에는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우선 유망주들의 이탈이라는 문제점이다.


한국은 도미니카, 푸에르토리코, 베네수엘라같은 나라들처럼 전국민이 야구에만 미쳐사는 나라도 아니고 일본처럼 돈이 많은 나라도 아니다. 야구 유망주 수급에는 한계가 있을 수 밖에 없고 코이너리거들처럼 특급 유망주들이 미국으로 대거 이탈해버리면 정작 자국리그인 KBO의 뎁스는 하락하게 되는 문제점을 초래한다.


코이너리거들이 대거 양산되어 적은 비율로라도 제2, 제3의 박찬호, 추신수가 나온다한들 특급 유망주들이 모두 미국으로 진출해버리고 남은 선수들이 KBO를 채우는 구조가 굳어버리면  KBO는 쭉정이리그로 안착을 하게 된다. 유망주 이탈을 막지 못하는 한국야구계는 마치 중남미 국가들처럼 MLB의 유망주 시장으로 전락하는 시스템만 정착하게 된다. 박찬호나 추신수같은 대선수들이 이뤄낸 업적과는 별개로 말이다.


공교롭게도 박찬호가 전성기를 구가하며 한국 야구팬들이 메이저리그를 본격적으로 시청한 90년대 후반부터 2002년 월드컵 축구의 국가적 열풍까지 맞물리며 KBO는 암흑기를 겪은 적이 있다. 물론 KBO의 암흑기가 무작정 코이너리거 때문만은 아니었다. 국내 야구팬들이 KBO와의 격차가 상당하던 메이저리그를 접한 것도 컸고 월드컵 축구라는 외부 요인도 컸다. 하지만 원래대로라면 이 시기 KBO에서 뛰고 있어야 했을 특급 유망주들이 메이저리그와 마이너리그에 포진하게 되면서 KBO 발전에 장애요소가 되었음도 분명하다.


코이너리거 루트의 또 다른 문제점은 KBO 리거들의 MLB 진출에는 하등 도움이 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전술한대로 박찬호와 비슷한 케이스로 미국에 진출한 한국선수들은 전부 성인야구 경험이 없는 고교, 대학 유망주들이었다. 그러는 동안 KBO의 정상급 선수들의 미국 진출길에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았다. 미국에서 한국의 어린 유망주들에게는 관심을 갖고 대거 영입했지만 KBO에서 키워진 선수들에게는 관심을 보이지 않았던 것이다.


03년 시즌 후 이승엽의 메이저리그 진출 시도에서 보듯 그때까지만해도 미국야구는 KBO를 더블A 정도로만 취급했고 KBO 기록을 인정하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류현진 이전까지 미국 진출을 시도했던 KBO 리거들이 제시받은 포스팅 금액은 상당히 낮았다.



 이름

 당시 나이

 연도

 포스팅 금액

 비고

 이상훈

 27세

 98년 3월

 60만 달러

*97 시즌 후 LG가 2년간 250만 달러의 임대료를 받고 보스턴과 메이저리그 계약을 체결하기로 했으나 MLB 사무국이 단독협상은 규정위반이라는 유권 해석. 미국으로 건너가 공개테스트를 받고 보스턴에게 포스팅비 60만 달러 제시받음. 일본 주니치로 임대.

 진필중

 30세

 02년 2월

 02년 12월

 응찰 없음

 2만 5천 달러 

 


 임창용

 26세

 02년 12월

 65만 달러

 


 최향남

 38세

 09년 1월

 101달러 

*메이저리그 도전을 위해 자처한 특수한 경우 



당시 KBO의 위상이 많이 낮았다는걸 감안해도 한국인 박찬호와 김병현의 대성공이 있었는데도 불구하고 KBO의 특급 투수들을 대우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상훈과 진필중은 리그 최강의 마무리 투수였고 임창용은 리그 최강의 2이닝 마무리 투수에서 선발로 전환해서도 특급 성적을 찍었는데도 말이다.


어쨌든 KBO 커리어로는 좋은 조건을 제시받기가 힘들었고 구단에서 그 정도 포스팅비에 얌전히 보내줄 리가 만무했던 관계로 선수들이 헐값에 도전하기도 애매했다. 게다가 자유계약 신분이 되어 미국무대에 도전하는게 아니라 한국과 가깝고 계약조건도 좋은 일본 NPB에 진출하는 풍토까지 생기게 되면서 KBO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도전은 아예 시들다시피 했다.


이렇듯 박찬호가 개척한 코이너리거 루트는 아마추어 유망주들의 메이저리그 도전 가능성만 크게 열어주었을 뿐이지 자국리그 KBO 선수들의 메이저리그 진출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했다.


한국야구의 근간은 국내 프로리그인 KBO일 수 밖에 없고 이 곳의 선수들이 MLB로 진출하려면 KBO의 수준과 위상이 올라가야만 가능한데 다소 극단적으로 표현하자면 코이너리거들은 여기에 해만 끼치는 존재들이었던 셈이다.




2. 류현진의 메이저리그 직행 루트


반면 류현진이 개척해낸 메이저리그 직행 루트는 코이너리거 루트와는 성격이 완전히 다르고 KBO의 발전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가진다.


간혹가다가 21세기에는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경우가 많다며 류현진이나 강정호같은 선구자들도 코이너리거들과 도매급으로 취급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이는 그냥 돌대가리급으로 무식한 소리다. 순수기량을 떠나서 아마추어 때 미국으로 건너가 미국식으로 길들여진 코이너리거와 KBO에서 길들여져 MLB로 직행하는 선수들의 가치가 같을 수는 없다.


코이너리거 루트가 국내 특급 유망주들의 대거 이탈을 초래하여 KBO 리그 발전을 저해하고 KBO 리거들의 MLB 진출에는 아무런 도움을 주지 못하는 반면 메이저리그 직행 루트는 완전히 반대의 역할을 한다.


류현진처럼 KBO에서 기량을 쌓고 완성된 채로 MLB에 직행하는 풍토가 정착된다면 첫째로 국내 특급 유망주들의 이탈을 막을 수 있어 KBO 리그 뎁스에 큰 도움이 된다. 둘째로 KBO 출신으로서 MLB에 직행하여 성공을 거두는 선수들이 늘어날수록 국내 구단과 선수들이 메이저리그 구단으로부터 좋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고 KBO 리거들에 대한 수요와 몸값이 늘어나 한국야구 전체의 가치가 상승한다. 보너스로 NPB의 하위리그 격이었던 KBO의 위상이 근본적으로 달라진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 직행 루트를 개척하면서 이를 최초로 증명해냈고 이듬해 강정호도 타자로서 최초로 증명해냈다. 류현진 덕분에 윤석민, 강정호, 박병호, 김현수 등이 메이저리그 직행 계약을 이끌어낼 수 있었고 얼마전 역대최고 고교 유망주 윤성빈이 메이저리그에 섣불리 도전하기 보다는 KBO에서 기량을 닦은 뒤 진출하겠다는 뜻을 내비치고 롯데와 계약하는 훈훈한 모습까지 연출하는 걸 보면 확실히 코이너리거 루트보다는 메이저리그 직행 루트가 점차 자리를 잡아가는 것 같다.


혹자는 류현진이 시대를 잘 타고난 운이 좋은 케이스였다고 폄하할 수 있으나 류현진이 보여준 도전정신과 MLB 무대 안착만으로도 이미 선구자의 자격이 충분하다. 그리고 시대나 환경을 떠나 KBO에서 메이저리그로 직행하여 성공한 사상 최초의 한국인이라는 물리적 사실만으로도 선구자의 타이틀은 당연하다.


일단 이상훈, 진필중, 임창용 이후 MLB 직행 도전에 적극적으로 임한 선수들이 없다. 다들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일본에나 진출했지 MLB는 NPB 커리어를 마치고 말년에 잠깐 중간계투로 도전해볼까 하는 정도였다. 90년대야 한국야구의 위상이 워낙 낮았으니 이해할 수 있지만 04년 NPB 경유하고 MLB에 반드시 도전하겠다던 이승엽조차 05시즌 이후 요미우리와의 다년 계약을 택했다. 06 WBC 맹활약 이후에도 메이저리그 이야기는 없었다.


한국야구의 위상이 본격적으로 올라간 2008 베이징 올림픽과 09 WBC 이후에도 다른게 없었다. 김태균, 이대호, 오승환 등 세계무대에서도 통하는 기량에 이전과는 다른 파워를 갖춘 82년생 선수들조차 과거보다 훨씬 나은 조건을 제시받을 수 있었음에도 NPB로 진출해버리는 실망스런 행보를 보였다.


메이저리그 직행을 적극적으로 노린건 이후 세대인 윤석민, 류현진, 김광현 등이었고 마침내 류현진이 좋은 조건을 제시받고 MLB로 진출하여 성공을 거두게 되면서 메이저리그 직행 루트를 열어준 것이다.



 이름

 당시 나이

 연도

 포스팅 금액

 비고

 류현진

 25세

 12년 11월

 2573만 7737

 달러


 윤석민

 28세

 14년 2월

 


 *FA 자격으로 MLB 직행

 강정호

 27세

 14년 12월

 500만 2015

 달러

 


 박병호

 29세

 15년 11월

 1285만

 달러

 


 김현수

 27세

 15년 12월

 


 *FA 자격으로 MLB 직행



박찬호 이후부터 코이너리거들이 대량 양산된 것처럼 류현진 이후에는 KBO 출신으로 메이저리그에 직행하는 선수들이 양산되기 시작했다. 이는 엄청나게 긍정적인 현상으로 앞서 말한대로 국내 특급 유망주들이 KBO를 우선시하는 효과를 주어 리그 뎁스와 수준을 올릴 수 있고 KBO 리그 선수들과 한국야구의 가치를 올릴 수 있다.


류현진이 개척한 메이저리그 직행 루트는 한국야구계에 또 하나의 패러다임을 바꾸어 놓았다. 팬들의 관심을 받을 수 있는 해외 무대가 MLB로 완전히 옮겨지면서 NPB에 진출하여 만족하던 이대호와 오승환같은 선수들을 MLB로 부랴부랴 진출하게끔 움직인 것이다. 어쩌면 이대호와 오승환은 후배들보다 먼저 MLB 직행 선구자에 도전하지 않은 것을 후회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만약 류현진이 82년생 선배 세대들처럼 메이저리그 직행에 도전조차 하지 않았거나 MLB에서 자신의 기량을 증명해보이지 못했다면?


부상으로 인한 기량하락으로 국내에서도 확실한 모습을 보이지 못한 윤석민이 MLB 계약을 따내는 일도 없었을 것이고 타자쪽 선구자인 강정호의 계약조건도 상당히 낮았을 것이다. 일부 야구팬들은 아직도 류현진은 이가와, 스기우치, 와다같은 일본 좌완들보다 몇 수는 아래라는 헛소리나 하고 있었을 것이고 강정호는 NPB 2군급이라는 헛소리나 하고 있었을 것이다.




3. 결론


한국인 최초의 메이저리거로 지금까지 최대의 성공을 거둔 박찬호가 한국야구사 최고의 투수이자 상징적인 존재라는 것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다고 할 수 있다. 류현진과의 비교에 있어서도 류현진의 부상이 장기화되면서 커리어상으로 박찬호가 우위를 점한 것으로 보이고 제구와 경기운영에서는 류현진이 강점을 가지지만 구속, 구위 등에서는 박찬호가 강점이 있다는 점 등을 들어 박찬호가 류현진보다 우위라고 해도 맞는 말이라고 본다.


그러나 메이저리그 직행 루트를 개척한 류현진은 KBO 리그 전체의 가치를 상승시키는 효과를 주었고, 유망주 이탈을 막는데 영향을 주었고, KBO 선수들에게 자신의 기량을 증명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했고, 선수의 기량을 측정할 수 있는 무대를 NPB에서 MLB로 바꿔주었다.


류현진이 개척한 길은 KBO 발전과는 관계가 없는 박찬호의 코이너리거 루트하고는 근본적으로 다른 가치를 지닌다. 따라서 류현진은 한국야구의 선구자 자격이 충분하다는 생각이다.







<출처> http://cafe.naver.com/baseballtown/3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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